아닌데? 탄소강 칼이 더 오래가는데?

 라는 주장을 흔히 보게 됩니다.

소위 탄소강이라고 부르는 저합금(탄소)강의 경우 단단한 입자(대개 카바이드)가 매우 적어, 워낙 잘 갈리다(high removal rate 의 달성이 쉽다)보니,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칼은, 상당히 손상되거나 무딘 상태로부터 잘 갈린 상태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특히 천연석과 같이 사용하는 숫돌의 주요 연마재가 경도 허접일수록), 작업시간이 짧아질수록 작업자 실력(특히 각도유지 능력)에 비해 더 나은(각도가 비교적 잘 유지된)결과를 얻기가 수월합니다.

이런 짧은 작업시간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숫돌도 재래식(Diamond x, CBN x, 세라믹 및 천연석=원시숫돌 등)을 쓰면, 뭐 좋다는 고합금 강재들 들고 와봐야, 이게 잘 갈리는 것 같지도 않고, 제대로 예리해지지도 않고(애초에 예리해질 만큼 갈질 않았으니), 식재료가 안 잘리는 결과를 보는 게 당연해지지요.

여기에 잘못된 해석까지 들어가면,

"아! 저합금 탄소강 이외의 강재는 예리해지지 않고, 이런 강재로 된 칼은 안 든다!!!!!"

<- 이런 이미지가 한번 고정되면 관념 바꾸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게다가 본인 경력 및 직급이 높은 편이다?! 남들이 암만 뭐라 하건 안 들릴 확률이 높아지니, 사실상 99% 설득 불가능의 영역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게 또, 아시다시피 이런 분들이 서로 다른 강재를 비교하면서 조건 통일이 전혀 안되고, 특히 비교시, 서로 다른 칼을 두고 진행하여 샤프니스 시작점이 다르기 마련이므로, "아닌데? 저합금탄소강이 더 오래가던데?" 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너무나 좋은 조건이 됩니다.

저합금강이 한 스텝에 작업량 5를 버티고, 수퍼스틸이 그 2배인 10을 버틴다고 간단하게 가정하고 비교해보도록 합시다.

출발점이 서로 다르면,

잘갈린 저합금강 50 BESS->70 BESS->100 BESS->150 BESS->200 BESS, 총 4 스텝

덜갈린 수퍼스틸 150 BESS->200 BESS, 총 1스텝 

최종적으로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에

저합금강이 4스텝으로 토탈 작업량 20을 버티고

수퍼스틸은 고작 1스텝, 토탈 작업량 10을 버티니,

오히려 저합금강이 수퍼스틸에 비해, 못 쓸 만큼 무뎌지기까지, 실제 작업량 2배를 더 버티는 기적이 발생하게 됩니다...

심지어, 이런 차이는 소비자 선에서 이뤄지는 샤프닝에서만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집니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제조상 그라인딩 과정에서 난삭재(스테인리스를 위시한 각종 고합금강)의 경우는 가능한 덜 깎으려 하다 보니 대부분 두껍고, 저합금강처럼 잘 갈리는 경우 상대적으로 얇게 가공하기 손쉬워, 얇게 가공하여 출고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칼의 형상(프로파일, 지오메트리)도 저합금강 쪽이 좀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업장서 작업해본 개인적 경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 얘기도 그렇고, 모두의 의견이 "강재 차이로 유지력이 다르다. 역시 저합금 탄소강이 으뜸이다."로 일치하는 상황인데, 거기다 누가 생뚱맞게, "강재 좋은 거(특히 그 중에서도 스테인리스류)에 고운 다이아몬드/CBN 마감이 합쳐지면 저합금강 대비 유지력 훨씬 좋다" 고 해버리면, '웬 미친놈 헛소리' 가 되기 마련인 것이지요(웃음).

더욱이, 그런 분들 대부분이 기존에 경험한 다이아몬드 숫돌은 거의 다, 거친 저품질 전착식 + 과압 조건에서의 부적절한 사용이었던 상황으로, 다이아몬드라는 연마재 자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전부 겹쳐져 총체적 난국이 됩니다.

현상 자체를 보는 건 쉽지만, 그 현상을 적절히 분석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항상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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