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도 현미경으로 봤어, 그럼 다 같은 거 아냐?

 네 아닙니다.

이상하게 "현미경" 이라고만 하면, 뭐 죄다 무지 대단한 무언가인줄 아는 경우가 보이는데,
숫돌이라고 부른다고 다 같은 숫돌이 아니고, 칼이라고 부른다고 다 같은 칼이 아닌 것 처럼,
현미경도 부르는 이름이 현미경이라고 다 같지 않습니다.


저가의 현미경 장난감부터, 국제적인 Traceability 에 대응하는 고가의 산업/연구용 현미경까지 이름만 현미경이지, 완전히 다른 물건들이 셀 수 없이 잔뜩 있고, 단순 광학 현미경 한 카테고리에만도 수많은 유형의 제품이 가득합니다. 장비 자체만 해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는 경우는 드물고요. 

심지어 제 아무리 고성능 제품도 오퍼레이터가 제대로 못 하면 말짱 도루묵, 또 우수한 현미경을 사용해, 숙련된 오퍼레이터가 제대로 생성한 이미지조차, 그 것을 해석하는 사람이 제대로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https://www.keyence.co.kr/


네, 위의 둘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지만, 같은 물체를 관찰 한 것입니다.
다르게 보이니까 이 두 이미지에 보인 물체는 다른 건가요?



https://www.keyence.co.kr/

https://www.keyence.co.kr/

초고성능 광학 현미경도, 조명 하나의 차이로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이 생깁니다. 현미경으로 봤다고 주장할 때, 그냥 봤다고만 하면 대체 뭘 본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https://www.keyence.co.kr/

https://www.keyence.co.kr/

네, 동일한 물체라 해도, 매끈해 보일 수 도, 요철이 눈에 띄게 보일 수 도 있습니다. 장비와 오퍼레이터는 무척 중요하고, 획득 된 자료의 해석은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좋은 장비일수록 오퍼레이터 영향을 덜 받지만, 그렇다고 개나 소나 데려다 놓는다고, 숙련된 오퍼레이터처럼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퍼레이터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는 장비는 없습니다.


"그래서 네가 뭐라도 되냐?"


네, 저는 적어도, 이런 문제가 있음은 인지하고 있고, 제가 항상 완벽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질 않기 때문에, 항상 개선 요소와 오류를 생각하고 접근 하는 반면, 다른 대부분의 경우 현미경 비슷한 장난감 하나 들고 대충 찍어본 경험 하나로, 세상 모든 걸 다 아는 양 얘기하니, 적어도 제가 평균치를 초과하는 이해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모르는 건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모든 걸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자기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모르는 줄 모르니, 그걸 안다고 생각하면 바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는데도 인정을 안 하면 그건 죄입니다. 의도를 가지고 남을 기망하는 것이니까요.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동서고금, 학문 분야을 막론하고, 선이자 미덕이오, 수단이며 목표로 취급되어왔습니다. 고대 철학 -> 현대 과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변함없이 이어지는 핵심입니다.
당연히 '나는 아직 모른다' 가 기본이고, 모르니까 당연히 '배워야 한다' 가 나오는데, '나는 다 안다' 고 시작해버리고 있으니...


다시 현미경으로 돌아가, 많이들 착각하는 배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현미경 배율 <- 숫돌 방수처럼 숫자는 그냥 허상입니다.

"x200 이라고 하니, 실제 크기는 보이는 것의 1/200 일거야"?

네?
촬영된 물체 옆에 자 대본 게 아닌 이상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미지는 모니터 크기만 바꾸고, 모니터 해상도만 바꿔도 제멋대로 줄었다 늘었다 인데?


제대로 된 스케일 바 없는 현미경/확대 이미지 -> 그냥 확대 하긴 했구나 정도이지 제대로 뭘 알 수는 없습니다.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Keyence-images-of-the-top-surface-of-NeuroNexus-probes-before-A-and-after-B-focused_fig1_378742150

홍보용으로 쓰기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자료라면, 스케일바는 지극히 당연히 표기되어야 합니다. 

예시로 든 상기 키엔스 현미경 홍보자료 같은 경우, 일부러 스케일 바를 안 찍어둔 것일 뿐으로, 실제 장비 잠깐이라도 써보시면, 거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인식되어, 소프트웨어 상에서 화상의 실물 길이를 바로 표시해주어 매우 간단하게 실제 크기를 알아볼 수 있도록 매우 세밀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현미경은 단순히 눈으로 작은 것을 본다는 것에서 끝나는 장난감이 아니라 스케일바같은 기초적인 것은 당연지사, 대상의 길이와 크기, 다양한 형상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한 복합적인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어떤 장비를 사용하거나, 정보를 접할 때, 어디까지가 유의미하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판단할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게 무엇이건,
뭘 어떻게 해서,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의 명시 여부 = 불확도에 대한 추적 가능 여부 = Traceable or not

Traceability 가 있어야만 제대로 비교할 수 있으며,
Traceability 가 없으면 제대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은 엄밀히 통제된 비교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현대 사회를 떠받치는 첨단 과학, 그 최전선인 측정학(Metrology)에서 그토록 Traceability 가 중요하고, 철학(Philosophy)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그 것은 Traceable 한 가요? 삶의 관점에서 일평생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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