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C? 록웰경도? 그래서 그걸 왜 따져요?

 많은 사람들이 경도, 특히 HRC 값 하나만 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데, 역으로 일반인들은 그 값 만으론 알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습니다.

에????

경도를 가지고 별로 알 수 있는 게 없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요?

말이 됩니다.

우선 강재는 유니폼한 소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다루는 날 끝 = 엣지 정점 = Edge apex 는 나노단위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칼에 사용되는 강재라는 것이 균질한 소재로 이루어져 여기를 찍던 저기를 찍던 같은 물성, 같은 성분으로 되어있는 게 아니라, 고급 합금강일수록 여러 조직과 입자가 미세하게 혼합된 복합소재에 가깝고, 이것이 엣지(매우 미시적인 영역)로 갈 수록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러므로, 평소 하던대로의 거대한, 거시적 영역에서의 인식은 완전히 버리고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칼에 사용되는 강재는

비교적 무른편인 경화된 철(마르텐자이트)로 된 매트릭스에

비교적 무른 카바이드(크롬 카바이드 등) 알갱이

비교적 단단한 카바이드(바나듐 카바이드 등) 알갱이

등등의 다양한 입자가 한데 뒤섞인 덩어리 상태입니다.


물론, 저합금 탄소강인 경우, 합금원소가 거의 없으니 거의 대부분이 경화된 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당연히 대부분의 영역에서 성분이 별 차이가 없으니, 정상적으로 열처리된 상태라면 국부적으로 극단적으로 경도가 높은 영역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매트릭스 경도 = 큰 영역의 경도 = 국부 영역의 경도라고 할 수 있으므로, 경화가 잘 되어 경도가 높으면 오래가고, 경화가 덜 되어 경도가 낮으면 빨리 닳습니다. 

조성이 큰 차이가 안 나는. 저합금강끼리는 경도만 봐도 얼 추 비교가 되는 이유입니다.
본질적으로 별 차이 날 게 없는 친구들이고, 가장 중대한 팩터 중 하나가 경도이므로..

하지만, 동일 경도라고 해도, 서로 다른 열처리 사이클로 달성 된 것은 같은 강재라 하더라도 물성이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유사하고 정상적인 열처리가 이루어 진 경우에 한합니다. 이래서 사실은 저합금 탄소강에서조차 경도만 가지곤 알 수 있는 게 없는 것입니다...


고합금강이라면 어떨까요?

철이 경화가 잘 될 수록 경도는 올라가겠지요? -> 매트릭스 경도 향상

카바이드가 많을수록 경도는 올라가겠지요? -> 매트릭스에 박힌 단단한 알갱이의 양 증가

이 때, 카바이드 총량이 같다고 쳐도, 그 중 무른 카바이드가 많으면 경도가 낮고, 단단한 카바이드가 많으면 경도가 높겠지요? -> 카바이드 종류와 비율에 따라 매트릭스에 박힌 알갱이들의 단단함 차이 발생


그럼
HRC 62로 경화한 저합금 탄소강(거의 마르텐자이트),
HRC 59로 경화된 마르텐자이트 + HRC 89인 바나듐 카바이드가 들어있는 HRC 61의 고합금강,
HRC 77인 크롬카바이드*Cr23C6가 조금 들어있어서 HRC 61.5인 허접 고합금강을 비교하면?

세 강재의 HRC는 각각 62, 61.5, 61이지만, HRC 62 인 것 보다 HRC 61.5인 것이 오래가고,  HRC 62, HRC 61.5인 것에 비해 HRC 61으로 경화된 강재 쪽이 훨씬 내마모성이 높아서, 갈리는 속도도 느리고, 같은 수준으로 갈아두면 더 오래가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 때, 록웰 하드니스 테스터에서 61 HRC 가 나오는 강재를, 미시적인 영역을 찍을 수 있는 도구로 찍은 뒤, 이것을 HRC로 환산해본다면, 철 부위야 HRC 59겠지만, 바나듐 카바이드 부분을 찍어보면 HRC 89가 나오게 됩니다.

그럼 대체 HRC 비교로 뭘 알 수 있나요?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요?

HRC 숫자만 가지고는, 그 값을 알고 있어도, 액면 그대로 단순히 몇 HRC로 경화 되었다 이상의 정보는 얻기가 불가능 합니다.



https://knifesteelnerds.com/

당장 이 표만 보셔도,

HRC 약 65 의 수퍼청지HRC 약 65의 ZDP-189 비교 시, ZDP가 수퍼청지에 비해 2배 이상의 테스트미디어를 절단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HRC 약 60인 80CrV2 S30V, 10V를 비교해보면,

S30V은 80CrV2 의 약 2배,

10V는 근 2.6배의 유지력을 보여줍니다.

HRC 65인 철은 어떻고~ 58은~ 61은 어떻고~ 라는 편협한 말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느껴지실 겁니다.


HRC를 가지고 다른 해석에 연결을 시키려면

1. 강재를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강재가 다르면 동일 HRC값에서 경도 제외한 다른 물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2. 열처리 사이클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동일한 강재, 동일한 경도라도, 열처리 사이클에 따라서, 다른 물성(특히 인성)이 크게 달라지니까.

3. 측정된 경도 값이 특정 부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균일하게 나온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 포인트가 아니라, 최소 3 포인트 이상에서의 평균값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인은 경도의 제대로된 계측도 불가능에 가까울 뿐 아니라, 강재의 정확히 종류가 무엇인지, 어떤 사이클로 처리되었는지 아는 것 역시 회사가 제공해주지 않으면 알 길이 사실상 없습니다. 핸드헬드식의 휴대용 XRD/XRF 장비만도 수천만원대이며, 이런 장비로도 탄소 함량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

1. 강재 사용 정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회사 제품 구매.
2. 열처리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회사 제품 구매.
정도 외엔 할 것이 없습니다.

경도를 가지고 할 일은 딱 한 가지 정도인데,
3. 제품의 경도가, 사용되었다고 표기된 강재의 스펙시트상 적정 경도 값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그런 경도로 처리된다고 제시하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
입니다.

강재를 알면, 칼에 사용하기 적절한 경도가 꽤 좁은 범위로 지정되므로, 이 구간 안에 늘어가는지를 보는 정도입니다. 강재에 따른 적정 경도는 강재 회사 스펙시트에 제공되고, 시트의 정보가 칼을 위한 값이 아니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소비자를 위한 것은 아니더라도, 해석을 위한 최소한의 배경지식이 있는 소비자에겐 꽤 손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입니다.

적정 경도 대비 지나치게 낮으면 강재에 대한 이해도 부족, 물성치 박살, 지나치게 높은 표기는 사기일 가능성이 다분하며, 마찬가지로 적정 물성 안 나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강재에 대해 아주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특화된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 높은 경도 범위를 뽑아내는 개인제작자들이 있긴 하지만, 이런 제품 구매하실 정도로 잘 아는 분들은 이 글을 읽고 계시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잘 판단하실 것이니,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일단, 뭔가 튀는 값이 보이면 우선 거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국 HRC 경도 값은 강재와 열처리사이클 전부를 확실히 알고서야 다소간의 의미를 갖는데, 소비자가 강재를 확실히 확인해보거나, 어떤 열처리 사이클로 진행되었는지 알기는 어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신뢰할 수 있는 강재 소스와, 믿을 수 있는 열처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브랜드" 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며, 소비자가 경도에 대해서 따져보고, 강재가 정말 표기된 강재가 맞는 지에 대해 소비자가 우려를 가질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좋은 브랜드일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가, 강재와 형상만 보고 걱정 없이 구매할 수 있어야 제대로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경도니 뭐니 하는 부분은 제조사/브랜드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지, 소비자가 고민하게 해선 안됩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요.

이 글을 읽은 것이, 향후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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