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강은 예리해지지 않는다? (공학적으로 바라본 연마 1)
애호가와 동호인들 사이에서 날붙이의 재질에 대해 자주 논의가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별다른 근거 없이 그저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온 속설에 의지한 설명이거나, 해보니까 그렇다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중, 특히 의아했던 부분부터 우선 다뤄볼까 합니다.
흔히 스테인리스는 탄소강만큼 예리해지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또, 하이스강 역시 잘 예리해지지 않아 피해야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과연 정말 그럴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알아보겠습니다.
3. 샤프닝의 실재-1, 샤프닝의 실재-2, 샤프닝의 실재-3
우선 속시원하게 이번 글의 결론부터 내어놓고, 자세한 것은 찬찬히 풀어나가도록 합시다.
스테인리스는 매우매우매우 예리해질 수 있습니다.
세포를 저며낼 수 있는 수준으로 예리해집니다.
머리카락을 가져다 대는 즉시 조용하게 툭 떨어지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이 정도의 예리함은 이름난 연마 전문가라도 달성하기 상당히 어려운 수준의 극단적인 예리함입니다.
당연히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에는 수~수십 나노미터 스케일로 아주 매끈한 정점을 갖습니다.
단적인 예로 세포를 저며내어, 그 단면을 관찰하기 위한 시료 제작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톰이 있습니다.
저온 냉동시료용으로 내구성 위주의 고각 세팅은 주로 카본스틸
연조직용의 아주 예리한 사양의 제품은 스테인리스로 만듭니다.
매우 예리한 날 끝은 화학반응에도 민감하여, 탄소강을 사용하는 경우 빠른시간 내에 무뎌지기 때문입니다.
스테인리스가 예리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존재할 수 없는 물건인 것이지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는 랩에서 직접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 눈에 익은 분도 더러 계실 것입니다.
| https://www.feather.co.jp/en/m_Products/pathology01.html |
가장 예리한 날붙이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페더社의 카타로그 입니다.
그 사용 영상입니다.
한 술 더 떠, 스테인리스나, 하이스강(High speed tool steel)과 같은 철계 합금이 아니라 아예 초경합금, 다이아몬드 등로도 극한의 예리함을 내기도 합니다.
초경합금 날로 세로로 세워둔 머리카락을 3번 잘라, 4조각으로 쪼개버리는 모습입니다. 날 끝 정점의 두께는 20나노미터 이하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스테인리스가 예리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얘기가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당장 교체형 면도기의 면도날이 스테인리스 입니다.
교체형 카트리지 면도날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제품 중 가장 예리한 물건의 하나 입니다.
저합금 탄소강이 좋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기지고 있는 칼의 예리함이 즉시 편하게 면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스테인리스 날보다 한참 무디고 안 잘린다는 뜻입니다.
즉, 칼이 예리해지지 않는다면, 그 것이 정상 제품인 이상, 제조상의 소재영역인 강재의 문제가 아니라 최종 사용자의 연마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실 날붙이의 연마라는 것은, 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석기시대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도를 맞추고 적당한 압력으로 문지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연마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쓸 것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세부사항을 들여다 보고 상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할 정도로,
매우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만 합니다.
실제 연마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의 연속인 반면, 그 속에 숨겨진 원리와 작용은 무척 복잡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극히 미시적인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그 간극이 많은 사람들을 고뇌하게 만들기도 하고, 신비주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고대로부터 이어진 기술을 쓴다고 해서 우리가 고대인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고대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분석하여 세련되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고대인들은 하나하나를 전부 스스로의 발견만으로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평생을 고생해야 했겠지만, 우리는 선현들의 발견을 토대로 단기간 내에 축적된, 진정한 기술을 습득할 수가 있습니다.
기존에 명확히 밝혀진 부분들은 혼자서 원인도 못 찾고 끙끙대며 앓을 이유가 없습니다.
좀 더 간단히 정리해봅시다.
날붙이가 무었인가?
날붙이는 힘을 매우 좁은 지점으로 집중시키는 도구로, 그 정점의 폭이 얇을수록 더 적은 힘으로도 물체를 잘라낼 수 있게 만든다.
즉, 예리함이라 함은, 날 끝이 얼마나 얇은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예리하게 만드는 것은 날 끝을 얇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무뎌지게 하는 것은 날 끝을 두껍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식등의 화학적인 변화, 부러짐(이나감), 마모로 인한 둥글어짐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이 있습니다.
![]() |
| https://hroarr.com/article/concerning-the-sharpness-of-blades/ |
연마를 한다는 것은 예리한 날 끝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은 식칼, 아웃도어용 나이프, 면도기는 물론, 대패, 끌과 같은 도구에 이르기까지 날이 있는 물건에 모두 통용되는 것입니다.
호주의 샤프닝 기술집단 KG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면
http://www.knifegrinders.com.au/12Resources.htm
예리한 날 끝이라 함은 못해도 0.4 마이크론 (200BESS)
정말 예리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0.1 마이크론 (50BESS) 이하가 되어야 합니다.
면도날처럼 날카롭다고 하기 위해서는 0.05 마이크론 즉 50 나노미터, 30BESS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괜찮은 주방칼은 새것이 0.3-0.5 마이크론 (300~500나노미터, 150~300BESS)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예리한 물건인 교체형 면도날은 스테인리스로, 10~50 나노미터(30BESS 이하) 수준의 날끝 두께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십~수백 나노미터 스케일은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수준의 미시세계입니다.
가시광선의 파장이 380~700 나노미터로, 광학현미경의 이론상 최대 분해능은 190~350 나노미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잘 갈린 엣지 끝은 세로로 세워두고 아무리 빛을 비추어 봐도 반사가 되지 않습니다.
키엔스의 백색 간섭계 탑재 레이저 현미경
![]() |
| https://www.keyence.co.kr/products/microscope/laser-microscope/vk-x3000/ |
나노시스템의 백색광 간섭계
![]() |
| http://nanosystemz.com/bbs/board.php?bo_table=s2_3&wr_id=1 |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장비가 필요하지요.
하여간 이런 미시영역을 다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연마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태 다룬 스테인리스는 뭐고 탄소강은 또 뭘까요?
다음 글에서는 우리들을 고뇌하게 하는 강재 그리고 열처리란 도대체 무엇인지, 또 강재의 미세구조에 대해 알아봅시다.
https://jkprecisionanalysis.blogspot.com/2025/07/2.html
*허가없는 내용의 변경과 상업적인 사용은 엄격히 금지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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